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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국밥 ;Boiled rice served in soup of grandmother

할매국밥 ;Boiled rice served in soup of grandmother
류광식-대기자

요즈음은 한 달이 어찌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지를 절실히 더 느끼고 있다. 매월 한 번씩 발행(發行)되는 월간지 임에도 얼마나 빨리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환갑이 지나고 진갑이라서 그런가? 오늘은 길더라도 두 가지 타이틀로 써내려간다. 매번 칼럼을 내가 생각해서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호에는 누가 보낸 카톡의 글을 읽다가 눈시울이 뜨겁고 가슴이 시리면서도 뭉클한 글이라 필자(筆者)가 혼자 읽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함께 공유(共有)해 본다.
이 글을 통하여 현대를 살아가는 주변 환경이 차갑고 메마른 시대임에도 살만한 힘이 생긴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여 펜을 들어본다.
때늦은 저녁거리에 깔린 어둠을 밟고 두 어깨에 세상 시름을 다 짊어진 한 남자(男子)가 두 눈 밑에 움푹 팬 고달픔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푹-쑥인 채 들어오더니, 드문드문 앉은 사람들 사이 구석진 자리 하나를 택해 앉고서는 “할머니, 여기 소주 한 병만 주세요” “니가 꺼내 처먹으면 되지 나이들은 노인(老人)네 꼭 시켜 먹고 싶나?” “아닙니다. 제가 꺼내 먹을게요”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냉장고 안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와서는 국밥 국물을 탁자 끝에 밀쳐놓고 연거푸 소주 한 병을 비우고 있는 남자에게 봄소식 같은 벨이 울린다.
그의 딸에게서 온 전화(電話)다. “우리 예쁜 공주님 아직 안 잤어?” “아빤 회사지… 아빠가 없으면 회사가 안 돌아가서 늦게까지 일하는 거야?” “오늘이 아빠 생일(生日)이라구!” 남자는 잠시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보더니 자신의 생일이 오늘인 걸 안다.
이어지는 딸의 목소리다. “혜진이가 아빠 오면 줄려고 편지도 썼다구…! 그래 읽어봐”
남자는 수화기(受話器) 너머로 들려오는 딸의 편지 읽는 목소리에 한 방울 두 방울 감춰뒀던 눈물을 술잔에 채워가더니 결국엔 넘치고 말았다.
“우리 혜진이 학원비가 석달 밀렸다구?” “걱정하지 마! 아빠가 금방 해줄게” 그때 휴대전화기에서 들리는 다른 음성(音聲)에 남자는 술이 깬 듯 허리를 곤두세우고는 전화를 받고 있다. 그의 아내의 목소리였다. “직원들이랑 회사 근처 식당에 밥 먹으로 왔어. 내일까지 제출(提出)해야 할 중요한 서류라서… 문단속 잘하고 먼저 자”
전화를 끊은 남자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용히 남은 술잔을 비워나가다 핸드폰 액정에 비친 아내와 딸의 사진에 어느새 가슴 저 밑바닥 끝에 감춰뒀던 눈물까지 꺼내어 놓는다.
그 때 갑자기 남자 앞으로 수박 한 접시가 놓여지고 있었다. 남자는 “할머니 전 안 시켰는데요” “니 완전(完全) 연기 대상감이데이! 산전수전 다 겪은 이 할망구 눈에 눈물도 뺄줄도 알고.” “죄송해요 할머니..”라고 대답하자, “이건 남자 연기대상한테 주는 이 할매표 상이라고 생각하고 무라…” “고맙습니다”
연기도 잘 먹어야 하는 거라며 농담 같은 진담(眞談)을 던져놓는 걸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손님들이 한 명씩 다가와 “자 제가 따라주는 생일 축하주 한잔 받으세요”
다른 테이블에 나이 지긋한 노신사는 “할매요… 오늘, 저 손님 술값은 제가 내겠심더” “아닙니다. 그러실 필요…” “그냥 공짜로 주는 거 아닙니다. 내일부터 더 열심히 힘내서 뛰어다니라고 내 드리는 겁니다”
그 남자는 사실, 실직(失職)을 하고 아내와 딸 몰래 대리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일마저 허탕치는 날이 많아 허기진 마음을 달래려고 들어온 국밥집에서 이런, 후한 대접(待接)을 받는 게 가슴 벅차서인지 또 다른 눈물을 술잔에 떨구는 모습을 본 할매가 한마디 한다.
“남자가 그리 찔찔 짜싸서 이 험한 세상을 우째 살아가겠노” “죄송해요 할머니… 저도 모르게…” “이보소, 사람이 동물(動物)보다 나은 게 뭔지 아나?” 남자는 아무 대답을 못하는데… 할머니는 말을 이어간다. “웃을 줄 아는기다. 이왕 사는 거 남 눈치 보면서 주눅들지 말고 웃으래이”
지금껏 지내 온 세월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조그만 위안에도 저렇게 눈물 흘리나 싶어서였는지 애처로운 듯 바라보던 할머니는 “내도 한잔 부 봐라“ 술잔이 오가며 이런저런 남자의 넋두리를 받아주더니 “세상(世上)에서 제일 어리석은 사람이 누군지 아나?” “다시 시작하길 두려워하는 사람이데이” “맞심더” “할매 말씀이 정답이라예” 옆좌석에 사람들의 응원(應援)에 힘이 나서인지 할머니는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포기 안 하면 아직 실패한 것이 아이다 알겠제?” “네 할머니…” 잠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지 말라며 술잔에 용기를 담아 부어주더니 “오늘 이 할매가 선물하나 주꾸마” “…….”
할머니의 말에 가게 안 손님들까지 귀를 세우고 있는 모습을 빙긋이 바라보던 할머니는 “대리운전 해가꼬 얼마 버는지 모르겠지만, 좋은데 취직할 때까지 우리 국밥집 주방(酒坊)에서 일하거라” “와우…” “욕쟁이 할매 최고” 가게 안이 떠나갈 듯 환호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며 할머니는 햇살처럼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좌절(挫折)은 반드시 희망(希望)이란 친구를 데리고 온다 안카나!….”
미소 SMILE

‘어린 왕자(王子)’라는 아름다운 책을 쓴 ‘안톤 드 생떽쥐베리’는 (1900-1944) 나치 독일에 대항해서 전투기 조종사(操縱士)로 제2차 세계대전 전투에 참전했다. 그는 그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미소(le sourire/르-수리르)”라는 단편소설을 썼다. 그 소설에 다음과 같은 아름답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나는 전투(戰鬪) 중에 적에게 포로가 되어서 감방에 갇혔다. 간수들의 경멸적인 시선과 거친 태도로 보아 다음 날 처형될 것이 분명하였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으며 그 고통(苦痛)을 참기가 어려웠다. 나는 담배를 찾아 주머니를 뒤졌다.
다행히 한개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손이 떨려서 그것을 겨우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에게 모두 빼앗겨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나에게 곁눈질도 주지 않았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나와 눈을 마주치려고 할 간수(看守)가 어디 있겠는가? 나는 간수를 조심스럽게 불렀다. 그리고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주시겠습니까?”하고 말을 걸었다.
간수는 의외(意外)라는 듯 나를 쳐다보고 어깨를 으쓱하고는 가까이 다가와 담뱃불을 붙여주려 하였다. 그가 성냥을 켜는 사이 나와 그의 시선이 마주쳤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나는 무심코 그에게 미소(微笑)를 지어 보였다. 내가 미소를 짓는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 속에 불꽃이 점화되었다. 나의 미소가 창살을 넘어가 간수를 변화시켰고, 그의 입술에도 미소를 머금게 만들었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여준 후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내 눈을 바라보면서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 또한 그에게 미소를 지으면서 그가 단순히 간수가 아니라 하나의 살아있는 인간(人間)임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나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 속에도 그러한 의미가 깃들어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도 자식이 있소?” “그럼요. 있구말구요…” 나는 대답하면서 얼른 지갑을 꺼내 나의 가족(家族)사진(寫眞)을 보여주었다. 그 사람 역시 자기 아이들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면서 자신의 향후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希望) 등을 애기했다.
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다시는 가족을 만나지 못하게 될 것과 내 자식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지 못하게 될 것이 두렵다고 말했다. 그의 눈에 눈물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그는 갑자기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 감옥(監獄)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조용히 나를 감옥문 밖으로 끌어냈다.
나는 느닷없이 감옥문을 빠져나오게 되었고, 그는 감옥 뒷길로 해서 나를 마을 밖에까지 안내해 주었다. 그런 후 그는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은 채 뒤돌아서 감옥이 있는 마을로 급히 돌아갔다.
한 번의 미소가 나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다. 웃으며 쳐다보는 하늘은 언제나 찬란하고 들풀마저 싱그러움을 더해 준다. “미소로 가득한 얼굴의 사람을 만나면 즐거움이 더해지고 그 순간(瞬間) 사는 맛을 느끼게 한다!”

사는 맛을 증폭시키는 양념이 미소입니다. 인생은 메마른 삶이지만 짜증이 날 때마다 세상(世上)을 향해 미소 지으며 세상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미소(微笑)를 보내면 대개 상대방의 미소가 메아리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세상은 순간, 당신(當身)의 미소로 인해 곱고 아름답게 변화(變化)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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