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나만의 해우소(解憂所)가 있는가?

나만의 해우소(解憂所)가 있는가?
류광식-대기자

근심이 사라지는 이곳 지금은 화장실(化粧室)이라고 부르지만 예전에 시골에서는 변소(便所)라는 말을 많이 썼으며 더러는 칙간, 측간, 뒷간, 똥둑간이란 말도 썼다.
《삼국유사》권2〈혜공왕 편〉을 보면 “7월에는 북궁(北宮)의 정원 가운데 먼저 별 두 개가 떨어지고 또 한 개가 떨어져, 별 셋 모두 땅속으로 들어갔다.
이보다 앞서 대궐의 북쪽 측간 속에서 두 줄기의 연(蓮)이 나고 봉성사(奉聖寺) 밭 가운데에서도 연이 났다”는 기록이 있는데 국역본에는 ‘측간’으로 번역했으나 원문에는 ‘측청’으로 되어 있다. 여기서 청 자는 ‘뒷간 청’이다.
뒷간에 해당하는 한자 이름은 이 밖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절의 해우소(解憂所)인데 바로 근심을 푸는 곳이란 뜻이다. 또 서각(西閣), 정방(淨房), 청측(靑厠), 측실(厠室), 측청(厠靑), 회치장(灰治粧) 등이 있다.
궁궐 내인들은 ‘급한 데’, ‘부정한 데’, ‘작은 집’이라고도 불렀다. 화장실의 우리말 이름은 뒷간인데, 순천 선암사에 가면 아담한 작은 집에 '뒤'라고 쓰여 있다. 사람들은 어찌 읽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예전엔 글씨를 오른쪽에서부터 썼기에 요즘 식으로 바꾸면 ‘뒤’이 곧 ‘뒷간’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경기 성남분당갑·3선)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개혁’ 추진을 두고 졸속적·근시안적(近視眼的)인 처방이라며 일침을 날렸다. 지난 22일 분당 민심 현장서 한 초등학생 학부모의 ‘소아과 오픈런’ 토로가 있은 지 불과 이틀만의 메시지다.
의사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 “내일부터 전국 40개 의과대학에서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다. 우리 국민이 피해자가 되는 강 대 강 충돌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적었다.
안철수 의원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와 의료인 그리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의료개혁의 걸림돌을 실제로 개혁해 나가면서 의대 정원(定員) 증원(增員)에 대한 로드맵을 재논의 하자”며 “최근 의료계(醫療界)에서 제안된 '10년 동안 1004명안' 등을 살펴보며, 단계적으로 늘리는 방안을 책임 있게 논의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료계 모두 국민의 생명과 삶을 중심에 놓고 대화하며 합리적(合理的)인 해결(解決)책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며 “끊임없이 정부·여당에 쓴소리를 전달하면서, 국민만을 바라보며, 미움받을 용기를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3월호에서 본 필자는 “의료대란 Stop!”이라는 칼럼을 쓰면서 의사와 전공의 등에게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를 당부했는데 오늘 안철수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화의 물꼬를 내서 정부와 의료진이 조금씩 양보해서 속히 의료(醫療)대란(大亂)을 막아야 함에는 변함이 없다.
부디 해우소에서 근심(根尋)을 버리듯이 서로 조금씩 버리자.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40대 의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잃은 의사(醫師) 선생님을 생각해서라도 더 이상 목숨을 잃는 일이 없도록 빠른 타협을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간절하다.
어느 날, 한 노스님이 산길에 앉아 있는데, 한 젊은 스님이 지나다가 물었다. “오는 중[僧]입니까? 가는 중[僧]입니까?”분명 노스님을 희롱하는 언사였기에 곁에 있던 시자(侍者)가 발끈했다. 그러나 노스님은 태연하게 한마디했다. “나는 쉬고 있는 중이라네.”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유머로 한방 먹인 이 분이 바로 경봉(鏡峰 ·1892~1982) 스님이다. 화장실에 ‘해우소(解憂所)’라는 멋진 별명을 붙여준 이도 경봉 스님이다. “버리는 것이 바로 도(道) 닦는 것” 화장실에 ‘해우소(解憂所)’ 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언제부터일까.
한국전쟁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때의 일이다. 당시 통도사 극락암 호국선원 조실로 있던 경봉스님은 두 개의 나무토막에 붓으로 글자를 써서 시자에게 내밀었다. 하나는 해우소(解憂所)라고 쓰여 있었고, 다른 나무토막에는 휴급소(休急所)라고 적혀 있었다. 경봉 스님은 두 나무토막을 각각 큰 일을 치르는 곳과 소변을 보는 곳에 걸라고 명했다.
해우소는 근심을 해결하는 곳, 휴급소는 급한 것을 쉬어가는 곳이라는 의미다. 이후 극락선원을 찾는 수좌와 신도들 사이에 문패를 보고 설왕설래(說往說來) 말이 많자 경봉 스님은 어느 날 법문을 통해 참뜻을 전달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급한 것이 무엇이냐?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찾는 일이야. 그런데도 중생(衆生)들은 화급한 일 잊어버리고 바쁘지 않은 것을 바쁘다고 해. 내가 소변보는 곳을 휴급소라고 한 것은 쓸데없이 바쁜 마음 그곳에서 쉬어가라는 뜻이야. 그럼 해우소는 무슨 뜻이냐? 뱃속에 쓸데없는 것이 들어 있으면 속이 답답하고 근심 걱정이 생기지, 그것을 다 버리는 거야. 휴급소에 가서 급한 마음을 쉬어가고, 해우소에서 근심 걱정 버리고 가면, 그것이 바로 도(道) 닦는 거야.”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오줌이 마려우면 소변부터 보아야지 별수가 있나. 그래서 소변소에서 급한 마음을 쉬어가라는 뜻으로 ‘휴급소(休急所)’ 라 하였다.
대·소변보는 일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될지 모르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여기에 인생의 큰일과 근본 문제와 생사 문제가 달려있다.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마음만은 쉬어가라. 정말 급한 것은 내 주인공(主人公) 찾는 일이다. 휴급소는 잊혀졌지만 해우소라는 명칭은 지금도 사찰뿐 아니라 일반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대소변을 몸 밖으로 버리듯 번뇌와 망상도 미련 없이 버리자.” 여러분은 나만의 “해우소”가 있습니까? 정말 복잡하고 힘들 때, 마음속에 있는 어지럽고 힘든 것들을 다 쏟아내고, 바람에 날려버리고, 물소리에 씻어버릴 그런 곳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아직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전쟁(戰爭)은 끔찍한 일이다. 세계에서 제일 긴장감이 넘치는 나라가 대한민국인데 안보불감증에 걸리지 않도록 우리가 휴전협정(休戰協定)으로 분단된 나라임을 명심해서 군인(軍人)들은 철투철미한 대북경계 태세를 가지고 있을 때 국민들의 해우소 역할을 하는 것이고, 의사역시 국민(國民)의 생명(生命)과 건강을 지켜줄 때 만이 국민들에게 해우소를 지어 주는 것임을 명심하고 사적인 이권은 내려놓고 정부(政府)의 정책에 잘 따라주는 멋지고 존경받는 의사 선생님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역시, 안철수 의원의 조언(助言)처럼 조금만 더 대화를 통해서 국민들의 해우소가 없어지지 않도록 노력을 계속 해 주기를 바란다.

More in 대기자 칼럼

See all
마음과 얼굴

마음과 얼굴

/

More from 지방자치

See all
무기여 잘 있거라!

무기여 잘 있거라!

/
6·3 지방선거 & 국회의원 재선거

6·3 지방선거 & 국회의원 재선거

/
함께 여는 고령의 미래!

함께 여는 고령의 미래!

/
© 지방자치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