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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이원탁

고문 이 원 탁 교수

자치분권은 중앙집권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일찍이 밀(John Stuart Mill)의 ‘자유론(On Liberty)’과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의 ‘미국 민주주의(American Democracy)’에서 대표적으로 논의 발전되어 왔다. 이러한 대치되는 두 개념 중 중앙집권은 구심력, 지방분권은 원심력에 해당되어 비유되기도 한다 하겠으며,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은 상호 대립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호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한편 지방자치분권은 유럽 대륙보다 미국과 영국에서 더욱 발달하였으며, 미국의 경우 연방(federal), 주(state), 지방(local level)의 3단계로 나뉘어져 발전하여 왔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권력은 기본적으로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의 3권으로 구성되는 데, 이러한 국가조직의 권력구조를 지방자치단체의 권력구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도 자치입법권, 자치행정권, 자치사법권 세 영역으로 설명될 수 있다.

여기에서는 자치법원이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형식적 의미의 자치사법권은 없으므로 논의에서 제외하기로 하고, 자치입법권과 자치행정권과 더불어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자치재정권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1. 자치입법권

자치입법권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자치법규를 자주적으로 제정하는 권한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강제성이 있게 제정하는 자치법규로는 조례와 규칙이 있다.

조례란 지방자치단체가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소관 사무에 관하여 지방의회의 의결로 제정하는 자치법규이다. 조례는 일본과 우리나라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용어이며, 미국은 지방법(local law, local code)라고 하고 영국은 보조법(bylaw)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한다. 조례는 헌법이나 법률 등 상위법을 위반하여 제정될 수 없으며, 주민의 권리제한 또는 의무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는 구체적 사항에 대하여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

규칙이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법령 또는 조례가 위임한 범위 안에서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에 관하여 제정하는 자치법규를 의미한다. 규칙은 자치단체장이 규정하는 행정입법으로 지방의회를 포함한 의회의 의결을 요구하는 의회입법과 구분되며, 마찬가지로 규칙도 상위법령이나 조례 등을 위반해서는 아니 된다.

2. 자치행정권

자치행정권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자기의 독자적 사무에 관해 국가의 관여 없이 원천적으로 그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자치행정권을 좁은 의미의 조직관리권으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여기서는 넒은 의미로 자치행정권의 범위를 자치사무권, 자치조직권, 자치인사권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기로 하되,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는 자치재정권은 별도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자치사무권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 고유사무에 대해서 스스로의 권한과 책임 하에 처리해 나갈 수 있는 자치사무의 처리 및 집행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자치사무의 기획, 정책대안의 모색, 의사결정 및 집행에 관한 모든 권한을 자치사무권이라 할 수 있다.

자치사무는 본래적인 지방 사무로서 지방에서 제기되는 제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무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자치사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지방자치법에 상세히 나열 예시하고 있다.

자치조직권

지방자치단체가 자기의 조직을 자주적으로 정하는 권능을 말하며, 자치행정을 실시하기 위한 행정조직을 스스로 결정하는 권능이라 하겠으며, 자치조직권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구조를 지방에 필요한 적합구조로 형성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촌에는 농업에 관한 부처를 강화할 필요가 있고 관광지역은 관광에 관한 조직을 확대할 수 있는 바에서 보듯이, 이러한 자치조직은 법규에서 정하는 범위 내에서 개편 조직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하겠다. 특히 기존의 총액인건비 제도보다 진일보하여 전체 인건비의 범위 내에서 자율적으로 조직을 재구조화할 수 있는 기준인건비제를 도입했는 데, 이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자율성은 한층 강화되었다 할 것이다.

자치인사권

지방자치단체장은 법규에 의해 주어진 범위 내에서 부시장, 부지사, 부군수, 부구청장 등의 임면권과 기타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며, 지방자치단체에는 임용권자별로 인사위원회를 두어 제반 인사에 관한 사항을 결정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 또한 공무원의 징계 기타 그 의사에 반하는 불이익 처분에 대한 소청을 심사 결정하기 위하여 지방공무원 소청심사위원회를 두기도 한다.

3. 자치재정권

자치재정권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사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비를 충당하기 위하여 중앙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주적으로 그 재원을 조달하고 지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 데, 한편 자치재정권은 자치행정권의 한 영역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여기서는 지방재정의 상태가 지방자치의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수로 보아 별도로 분리하여 서술하기로 하였다.

자치재정권은 지방재정상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고 예산을 자율적으로 편성 집행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하는 데, 이와 같이 지방자치단체가 필요로 하는 재원을 스스로 확보하고 자유로운 판단과 결정에 의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자치재정권이야말로 지방자치의 실질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적 요건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자치재정권은 단순한 예산의 재무적 수입 지출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나아가 자치재정을 통한 지역경제의 안정, 소득 재분배, 일자리 창출과 같은 경제정책을 기획할 수 있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30% 정도인 단체가 전체의 약 70%에 이르고, 인건비만 충족하는 지자체가 거의 30%인 실정으로 수도권이 아닌 지방, 도시가 아닌 농촌에 소재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은 상당히 열악하다 못해 심각하다 할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은 국가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전체 사회의 구성 요소로서의 지역 사회의 입법 행정 등 자치권의 방향이 국가 이익이나 발전목표에 부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 이익과 국가 전체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이 경우 국가 통합을 해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적절한 통제와 조정이 필요하다 하겠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국가와 자치단체의 관계는 국가가 상위 조직으로서 자치단체를 통제 관리 감독하는 차원에서 다루어져 왔으나, 민주화가 진전되고 자치 분권이 강조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는 상당히 평등한 상호 협력적 관계를 지향하고 있다고 하겠다. 한편 2020년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는 ‘제9장 국가의 지도와 감독’을 ‘제9장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로 변경한 것은 상징적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계를 상호 협력적 관계로 새롭게 규정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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