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지방자치의 35주년”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축하에 앞서서 적어도 강산이 3번 반이나 지나올 동안 단, 한 번도 중단이 없었다는 것이 기적이요, 축하할 일이 아닐 수 없기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어쩌면 지방자치 발행 년 수와 함께 공직에 몸을 담아 지방의 발전을 위해 일해 온 공무원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법도 하다.
금년 여름은 정말 지독하게도 집중 호우로 수재민을 많이 낳기도 했지만 지금은 매우 더워서 기상이변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필자는 며칠 동안 영·호남과 중부를 비롯한 10여 곳의 지방을 다니면서 여러 곳을 살필 수가 있었다. 거기서 얻은 결론은, 우리나라가 정말 좋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우선 거미줄처럼 얽혀진 고속도로를 비롯해서 잘 정리된 환경은 옛날의 한국이 아니었다. 지방자치제로 말미암아 지방장관들은 서로가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앞 다투어 자기 고장에 맞는 관광자원을 개발하고, 먹거리와 볼거리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끌어드리려고 무진 애를 쓴 것이 보였다. 특히 출렁다리, 둘레길, 인공호수 만들기, 추억의 길 만들기, 옛 향수를 일으키는 프로그램 개발로 시, 군, 할 것도 없이 대단했었다. 그래서 해외에 살던 동포들이 일시 귀국해서 한국을 돌아보고는 깜짝 놀란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니 한국은 참으로 발전했고,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50년 가까이 여러 나라를 출입해봤고, 특히 여러 해 동안 유럽에서도 살아봤다. 하지만 그들은 옛날 조상들이 일구어 놓은 문화적 유산을 누리고 향유 할 뿐, 끊임없이 개혁하고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과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자유대한민국은 말 그대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던가? 한국은 지방자치 제가 실시된 35년 동안 강산이 3번 이상 바뀌었다. 참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지방 도시가 부단히 변화된 것도 맞고, 새로운 관광지 개발을 한 것도 맞다. 편리한 고속도로 때문인지 사람들은 서울, 경기 지역으로만 도시가 팽창하다 보니, 지금 대한민국은 서울과 지방 도시 사이에 균형이 깨어지고 인구가 급속히 서울, 경기로만 모이니 다른 도시나, 군, 읍에는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을지가 문제이다.
지방은 초, 중, 고등학교가 없어지고, 젊은이들은 아예 눈을 씻고 봐도 구경을 못 하는 나라가 되었다. 사람이 없으니 교육기관도 교회도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니 대한민국이 아니라 <서울 민국>이자 <경기 민국>이 되어버렸다. 이전에 세종시가 생겨날 때, 충청도 출신의 뜻있는 지도자들, 즉 정운찬 총리와 손석구 동국대 총장 등이 ‘세종시를 만들려면 기업과 대학을 내려 보내면 자급도시가 될 수 있다’고 그토록 외쳤지만, 당시 집권자들은 표를 얻으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그냥 밀어붙였다. 건물만 있다고 도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살아야 한다. 그런데 그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만 일을 하다가 금요일 오후부터 모두 서울, 경기로 올라와 주말에 재정적인 소비를 서울, 경기에서만 하다 보니 세종시는 텅 빈 도시가 된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고 바라는 바이다. 이것은 한 예에 불과하다.
이번에 필자가 지방을 돌아본 곳 가운데 인구가 불어 난 곳은 단 한 곳도 찾을 수 없었다. 말하자면 지방이 심각하게 소멸하고 있었다. 그러니 농촌에는 늙은이만 살고 있고, 그들마저 하나둘 떠나면 집들은 텅 비어 여기저기 무너져 흉물이 되고 있었다. 그래서 지방 시장과 군수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이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모두 떠난 지방은 결혼을 할 수 없고, 해도 자녀를 생산하지 않으니 인구절벽의 나라가 되고 만 것이다. 모두가 서울로 가보지만 막상 일자리는 없고, 설령 일자리가 있다 하더라도 며칠 하다가 그만두는 것이 비일비재하다고들 한다. 그나마 농어촌의 일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한다고 하지만, 그들도 핸드폰으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임금이 낮으면 말없이 가버린단다. 그러니 농어촌의 늙은이들은 희망이 없다. 아무리 멋진 집을 지어도 사람들은 모두 경기도나 서울로 가버리니 빈집이 널려 있고, 수없이 지어진 아파트에는 들어갈 사람이 없단다.
다른 나라를 한 번 들여다보면 좋겠다. 독일의 경우는 5,000명 사는 마을이면 거기에 맞는 공장과 일감을 만들어 주고 있다. 그곳에서 자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니 사람들은 그 지역을 떠나지 않는다. 네덜란드 같은 나라의 수도인 헤이그는 아직도 특별시가 아니고 그냥 읍(Dorp)이다. 그리고 수도에는 아예 대학이 없다. 그러니 학생들이 수도권에는 올 이유도 없고, 아파트를 지을 이유도 없다. 또 상업 도시로서 실제적 수도인 암스텔담은 상업도시요, 무역도시로서 역할을 하지만, 대학은 <암스텔담 대학>과 <뿌라야 대학> 두 곳밖에 없다. 대학도 이공학을 공부하려면 <델프트 공대>나 <로텔담 대학>으로 가면 되고, 인문 사회 과학과 의학을 공부하려면 <암스텔담 대학>이나 <뿌라야 대학> 또는 <라이덴 대학>이나 <우트레흐트 대학>으로 가면 된다. 그리고 농공학을 하려면 국토의 멘 끝자락에 위치한 <바헌닝겐 대학>으로 가면 된다. 이처럼 처음부터 인구분산정책을 써서 사람들이 수도로 몰리지 않고 고루고루 모든 지방이 잘 살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지금의 대한민국 국토는 가분수이다. 머리통만 크고 팔다리는 짧은 이상한 괴물이 되어있다. 큰일이다. 부산에도, 대구에도, 광주에도 인구가 자꾸 줄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첨단을 걷고 있는 IT 강국이 우리 대한민국이다. 하지만 지방이 죽어가고 있는 불균형을 제일 먼저 고쳐야 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아파트 업자들은 돈벌이에 눈이 멀어 땅만 생기면 끊임없이 새 아파트를 서울과 경기도에 지어서 사람들이 서울과 경기도로 몰려들게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도 살고 지방도 살아야 제대로 된 선진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과 각 시도 지사, 시장, 군수, 시도군구 의회 의원들과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정쟁에 앞서 위에서 언급한 지방자치의 또 다른 발전을 위해 서울, 경기도로의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기발한 정책을 연구하여 내놓는다면, 국민들이 보고 싶은 자녀들과 함께 헤어지는 일이 없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나누어 본다. 지방자치제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