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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대란, 정부 “해법 곧 나온다”

택시 대란, 정부 “해법 곧 나온다”
2022-10-60

특정시간 공급부족이 문제… OECD 38% 요금 수준
서울 법인 기사 1만 명 줄어… 작년 월평균 수입 169만원
심야시간대 탄력요금제·강제배차·‘타다’ 규제완화 등 검토

쏟아지는 대책에도 ‘택시 대란’이 좀처럼 풀리지 않는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택시기사 부족이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승객이 줄면서 서울에서만 1만 명이 넘는 기사가 업계를 떠났다. 올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는데도 이들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저임금 구조와 열악한 근무 환경이 그 이유라는 분석엔 별다른 이견이 없다.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택시 대란은 해법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서울시, 요금인상 ‘만지작’

서울시와 택시업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심야 시간대 택시 수요가 급증했지만 택시 공급량은 턱없이 못 미친다. 지난달 심야 시간대 서울 지역의 택시 운행 대수는 하루 평균 2만 대 수준으로 팬데믹 이전(2019년)보다 5000∼6000대 적다. 2년여 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수입이 줄어든 택시 기사의 이직이 늘어난 데다 기사 고령화에 따른 야간운행 기피 현상이 겹친 결과다.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올해 5월 기준 택시 영업수입은 9.5%, 영업건수는 20.5% 각각 감소했다. 서울 법인택시 기사 수는 2019년 1월 3만 1130명에서 올해 5월 2만 710명으로 1만여 명 줄었고, 택시 가동률은 2019년 1분기 50.4%에서 올해 1분기 31.5%로 떨어졌다.

법인택시보다 배가 많은 서울 개인택시는 65세 이상 운전자가 절반을 넘는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부제 해제와 심야 전용택시 확대 등 각종 대책에도 승차난이 좀처럼 풀리지 않자 결국 요금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울시가 최근 마련한 택시요금 조정안에 따르면 내년 2월부터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천800원에서 4천800원으로 1천원 오른다. 동시에 기본거리는 현행 2㎞에서 1.6㎞로 줄어 미터기가 올라가는 속도는 빨라진다. 시는 또 올해 연말부터 현재 자정부터 다음 날 오전 4시까지인 심야할증 시간을 밤 10시로 앞당기고, 승객이 많은 밤 11시부터 오전 2시에는 할증률을 20%에서 40%로 올리기로 했다.

월급제 후 실질소득 오히려 감소

요금인상에도 택시 승차난 해소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인택시는 요금을 올리더라도 ‘유사 사납금제’가 횡행하는 현실에서 기사를 유인하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법인택시업계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는 사납금제가 2019년 폐지되고, 2020년부터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월급제)가 도입됐으나 이후 영업시간과 기준 운송수입금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에서 부족분을 제하는 방식의 유사 사납금제가 등장했다. 전체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회사가 가져가는 몫은 여전하다 보니 최저임금(월 191만원)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손에 쥐는 법인택시 기사가 속출했다.

서울연구원의 ‘2021년 택시서비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택시 기사들의 월평균 운송 수입은 169만 4000원이었다. 전액관리제 도입 후 각종 과세, 간접비 부담이 늘어 기사의 실질 소득이 감소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월 운송수입금을 520만 원(하루 20만 원 26일 기준)으로 잡았을 때 기사에게 돌아가는 세후 임금은 사납 금제에서는 256만 1000원이었지만 전액관리제에서는 212만 9000원으로 오히려 43만 2000원줄었다.

서울시도 이 같은 문제 제기에 공감한다. 시는 택시 월급제 개선을 국토교통부에 건의하는 한편 자체적인 실태조사에도 착수했다. 근로 여건이 열악한 심야 택시를 늘리기에는 현 인상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권용주 국민대 교수는 택시요금 공청회에서 “심야운행을 했을 때 소득이 (모범 기준) 4만 7000원 정도 늘어난다는데 65세 이상 기사가 4만 7000원 벌자고 개인시간을 포기할 수 있겠는가”라며 “현재처럼 공통 적용요금으로는 택시업계 서비스가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운송원가를 맞추려면 기본요금이 6000∼7000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그러나 호출료까지 내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현 수준의 인상 폭도 충분히 부담스럽다. 서울시는 또 다른 대책으로 법인택시 면허를 개인에게 대여해주는 방식의 ‘택시리스제’를 샌드박스(규제유예)를 통해 추진하고 있지만, 개인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센 데다 국토부도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야택시 호출 성공률 25% 불과

“한강 뱃사공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다리를 안 놓을 순 없습니다. 그렇다고 뱃사공더러 굶어 죽으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9월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청년간담회에서 택시 등 모빌리티(이동성)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런 비유를 들었다. 팬데믹이 지나가면서 심화한 서울 등 수도권의 심야 택시난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맨 정부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 말이다. 택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택시 관련 규제를 풀면 기존 택시업계의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고, 택시요금 인상을 통해 공급을 늘리려 하면 서민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게 돼 진퇴양난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당시 원 장관은 심야 택시난 해결을 위해 업계와 2개월째 협상과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며 “국민 편익을 고려해 더 효과적이고 기능을 잘하는 기업과 서비스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토부는 7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한 첫 업무 보고에서 심야 택시 승차난 문제 해결을 주요 과제로 보고하는 등 택시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택시난의 원인을 공급 부족탓으로 진단한다. 관련 업계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심야 시간대 택시 호출 성공률은 25% 수준에 불과하다. 4명이 같이 택시를 부르면 1명만 택시를 타고 집에 가고 나머지 3명은 도로 옆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는 얘기다.

택시 총량이 부족한 건 아니다. 승객 수요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대에 공급이 달리고, 대중교통이 끊기는 심야 시간대가 되면 ‘택시난’이라고 부를 정도로 극심한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야시간대(저녁 10시∼새벽 3시)의 택시난도 거리에 따라 온도 차이가 난다. 각종 택시 앱을 통해 부지런히 택시를 불러 보지만 상당수 택시 기사가 ‘돈이 되는’ 장거리 콜(호출)을 기다리느라 중단거리 콜은 이른바 ‘킬’(거절)하기 때문이다. 심야 시간대에 단거리 택시 배차 호출 성공률은 장거리의 3분의 1에 그친다. 택시 공급 부족의 원인은 결국 낮은 택시요금 때문이라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택시요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택시요금의 38% 수준에 불과하다. 다른 OECD 국가의 택시가 1만원을 받는 거리를 똑같이 운행해도 한국 택시는 3800원밖에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원 장관은 지난 8월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현재 택시 기사가 (한 달에) 200만 원을 가져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택시 기사들의 처우가 택시 공급 부족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개인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이 64세이고, 법인택시 기사 평균연령도 60세에 육박한다”며 “젊은 기사들이 택시로는 생계유지가 안 되니 다 떠났다. 나이 드신분들이 쉬엄쉬엄 아르바이트 하는 셈 치고 택시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택시 승객이 급감했던 최근 2년 동안 법인 택시 기사 3만여 명이 택시운전대를 놓은 것으로 국토부는 추산했다.

심야택시요금 25∼100%↑ 등 해소 방안

국토부는 현재 택시업계와 플랫폼 업계,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택시난 해소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큰 방향은 택시 관련 규제 개혁을 통해 신규 공급을 확대하고 심야시간대에 탄력요금제를 허용해 기존 택시를 도로로 유인해보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우선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2시까지 플랫폼 택시에 탄력요금제를 적용, 요금을 25∼100% 올려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탄력요금제를 도입하는 ‘단거리 승객 거부’를 막기 위해 택시 기사가 승객의 목적지를 알 수없도록 가리고 ‘강제 배차’하는 방식도 도입할 계획이다. 지금도 카카오T블루나 마카롱택시 같은 ‘타입2’(가맹사업) 플랫폼 택시는 기사가 승객의목적지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강제 배차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만 타입2 택시는 전국에 약 4만 7000대, 서울에 약 2만 대 수준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약 25만 대의 법인·개인택시는 카카오T 등 플랫폼 업체가 단순중개로 승객과 기사를 연결해주는 ‘타입3’(단순중개)형태인데, 타입3까지 ‘강제 배차’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이와 함께 과거 ‘타다 베이직’이나 ‘우버’ 형태의 ‘타입1’ 택시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다. 타입1은 렌터카를 빌려 운행하는 것 같은 형태로, 택시 면허가 없어도 운송사업을 할 수 있어 다수의 업체가 관련 사업을 고려하고 있지만 매출의 5%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내야하고 총량 규제(현재 420대)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는 택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타입1의 허가 조건인 사회적 기여금을 감면해주고, 총량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개인택시 3부제(2일 근무·1일 휴무)를 전면 해제하고, ‘심야 운행 조’를 편성해 운영하는 방안 등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는 탄력요금제에는 찬성하지만, 강제 배차와 타입1 택시 활성화에 난색을 보이는 택시업계를 설득하고, 요금 인상에 따른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택시 및 플랫폼 업계, 지자체와 협의 는 잘 되고 있고, 이제 논의가 막바지에 다다랐다”며 “택시 공급력을 증대시켜 택시난을 완화할 방안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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