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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 환율에 기업들 ‘초비상’

천정부지 환율에 기업들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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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비 부담·해외여행 위축 항공업계 ‘2중고’
외화부채 부담… 원자재 수입 많은 철강업계도 울상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처음 1400원을 넘어서며 국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여파에 따라 2009년 3월 31일 이후 처음 1400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환율이 천정부지로 오르며 국내 기업들의 큰 피해가 우려된다.

업종별로 향후 밀어닥칠 여파를 계산하느라분주하다. 경제단체들도 분석팀을 풀가동해 대응하고 있다.

수출 기업에는 고환율로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지만, 원자재를 비싼 가격에 해외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한항공, 환율 100원 오르면 3500억원 손실

코로나19의 충격에서 이제 막 벗어나 국제선 운항을 늘리고 있는 항공사들은 고환율의 충격에 다시금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뿐 아니라 대부분의 비용을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사들은 환율이 높으면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환율로 비용 지출이 늘어날 뿐 아니라 재무 구조도 취약해진다.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 10원 변동 시 약 350억 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1300원이었던 환율이 1400원으로 오르면 장부상 35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원 오르면 284억원의 외화환산 손실이 발생한다.

이미 고환율 여파로 2분기 항공사의 외화환산손익은 손실로 전환됐다.

더 큰 문제는 고환율이 해외여행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높은 환율로 인해 해외여행 수요가 줄어들면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항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환율변동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원화 고정금리 차입 확대를 추진하고, 원화와 엔화 등으로의 차입 통화를 다변화해 달러화 차입금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달러 빚이 많은 국내 배터리·석유화학 업계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영업이익 측면에서 매출 상승효과는 있을 수 있지만, 외화부채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영업 외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와 석유화학 업계는 글로벌 수요 증가와 친환경 미래 사업 전환을 위해 대규모 해외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외화부채도 급증한 상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LG에너지 솔루션의 달러 표시 외화 부채는 지난해 말 3조 4119억 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 2493억 원으로 24.5% 급증했다. 또 환율이 10% 상승할 때 1638억 원의 세전 순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환 헤지를 통해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관리하고 있어 재무 건전성에 별 영향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배터리 업계는 대규모 신규 투자를 앞두고 있어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면서 외국에 체류 중인 국내 기업 주재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원화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 경우 사실상 소득이 줄어든 반면 달러 기준으로 월급을 받는 주재원들은 소득이 늘어나는 효과가 발생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마다 주재원의 기본급이나 활동비를 주는 방식이 서로 달라 일률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며 “다만 환율 변동에 따라 지급 방식을 바꾸기도 어려워 본사입장에선 뾰족한 수도 없다”고 말했다.


원재료 수입 비중 큰 중소기업 경영난 우려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과 제철용 연료탄 등의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는 철강업계도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포스코를 비롯한 주요 철강 회사는 수출을 통해 환율 헤지(위험 회피)가 가능할 것으로보고 있지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되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철강 수요가 위축되면서 환율 인상에 따른 원자잿값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홀딩스, 동국제강 등 국내 주요 철강업체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대비 절반 수준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원자재를 해외에서 사들여 와 국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업체 역시 고환율 여파에 경영난마저 우려하고 있다.

원자재 구매 비용은 오르지만,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즉각 반영하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이럴 경우 원자재 비용 부담을 중소기업이 그대로 떠안게 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세 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 현상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최고 1,434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글로벌 공급망에 얽혀있는 기업들 입장에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제로’ 상황이다.


금리 인상까지 겹쳐… 주가 약세 불가피

미국 통화당국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움직임 속에 원/달러 환율이 높아지면서 국내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파른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심리 위축과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증시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세 차례 연속 0.75%포인트 인상해 미국 기준금리는 연3.00∼3.25%로 올라갔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원/달러환율은 지난달 제시한 전망치 1,360원과 비교해 너무 빨리 단기급등(오버슈팅)하고 있다”며 “미국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쉽게 꺾이지 않고 있고 무역수지 적자확대도 원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 금리가 하락할 여지가 많지 않고, 근원 물가가 꺾이기 쉽지 않아 연준은 강한 긴축을 계속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원화 약세 요인이 있다기보다 달러가 초강세인 것이 문제인데, 미국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 환율상승을 부추긴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만큼의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하기 어려워 환율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적어도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말까지 금리인상에 올인하려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의지로 달러화 초강세 현상은 최소 연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미국과 다른 국가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이번 9월 FOMC 회의 결과로 해소되기 어려워지면서 킹달러(달러 초강세) 현상이 지지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박 연구원은 “유럽 리스크도 킹 달러의 원인”이라며 “러시아가 일부 군 동원령을 발표하면서 전쟁 양상이 더욱 불확실해질 공산이 커유럽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환율이 지금처럼 올라가는 건 무역수지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과정”이라며 “국제유가가 어느정도 진정되면 환율은 1400원대에 안착하기보다 현 가격대에서 연중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상영 미래에셋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거의 마무리돼가는 단계여서 달러는 더 오르지 않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흐름 자체는 하락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금리도 큰 변수, 코스피 더 하락”

과거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 입장에선 가격 경쟁력이 개선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수로, 수입 기업은 실적이 부진해진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 수출업체인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환율보다 금리 상승 요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주가가 부진한 상황이다. 미래에셋증권 서 본부장은 “달러 강세로 인한 코스피 영향은 많이 반영돼 있다”며 “오히려 앞으로 중국 인민은행의 조치에 따라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도 동반 강세 폭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근 증시에서 우려할 점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잡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원화 가치가 떨어지자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다시 팔고 있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 오 본부장은 “과거 IT 거품 붕괴나 금융위기 등 시기에 외국인은 원/달러 환율 1300원대 이상에서 우리나라 자산을 파는 경향을 보였으나 최근 순매도는 과거처럼 시스템 문제로 인한 투매 성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증시 관심은 우리나라 경제나 증시 자체 요인보다 미국 통화정책과 이로인한 전 세계 경기 흐름에 쏠려 있다”며 “이런불확실성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Tags: 시사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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