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 대덕구는 최근 구의원들의 월급인 월정수당을 80만 원 인상하기로 했다.
당초 공무원 보수 인상률(1.4%)만 인상을 추진했으나 동구가 100만 원으로 인상하자 구의원들이 덩달아 인상을 요구했다.
동구는 월정수당을 무려 45%나 인상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인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전국의 지자체와 지방의회들이 너도나도 잇달아 의정비를 인상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동결하거나 공무원 급여 인상률(1.4%) 정도에 그치는 곳도 있지만 10~45%까지 올리는 곳도 있어 고물가, 고금리, 쌀값 폭락 등으로 최악의 경제 상황 속에 놓인 민생을 외면하는 모습이라는 지역 사회 비난을 사고 있다.
10월 1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 등에 따르면, 지방의원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구성된다.
의정활동비는 지방자치법 시행령에 정해져 있지만, 월정수당은 의정비심의위원회에서 증액·동결·삭감 여부를 결정한다.
월정수당은 지자체 재정 자립도·주민 수·지방 공무원 보수 인상률 등을 고려해 결정되는데,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초과해 인상하려면 주민 여론 조사 등을 거쳐야 한다.
의정비 인상에는 그동안 지방의원들이 자제하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넘어 일부 지방의회는 10∼45%까지 인상을 결정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대전의 경우 동구가 월 100만 원을 인상하면서 다른 구들도 경쟁적으로 25∼27% 인상하기로 했다.
강원 홍천군도 군의원 의정비를 올해 3584만 원에서 20.6% 인상된 연간 4320만 원으로 결정했다.
부산지역 지자체도 시·군의원의 월정수당을 일제히 올린다.
기장군과 서구는 지난달 말 군의원 월정수당을 15% 인상을 결정했고, 동구 24%·영도구 7.2%·중구 12.5% 인상하기로 했다.
경기 파주시도 시의원의 월정수당을 올해보다 8% 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광주와 전남지역 지자체들과 지방의회도 대부분 의정비를 올린다.
전남 곡성군도 군의원 월정수당을 9.5%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여수와 순천도 각각 13%·8%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광역의회만 있는 제주와 울산시, 대구시, 경북도, 부산시, 경기도 등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만큼 인상하기로 했다.
경쟁적으로 의정비 인상을 추진하는 지자체와 달리, 소수이긴 하지만 경남 거창군의회처럼 4년간 의정비를 동결하는 곳도 있다.
거창군의원 연간 의정비는 3599만 원이다.
이홍희 거창군의회 의장은 “군민과 호흡하고 군민에게 더 다가가는 위해 작은 결단이지만, 4년 의정비를 동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정비를 경쟁적으로 인상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시민과 전문가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 부산시민은 “민생이 바닥인데 지방의원들이 월정수당을 두 자릿수로 올리기로 한 것은 서민 고통 분담을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지자체 재정 형편까지 고려하면, 근거 없는 의정비 인상 움직임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지역 주민 정모 씨는 “의정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로 의정비 인상 여부를 논의해야 하는데, 잘 살지도 못하는 동네에서 다른 곳보다 적게 받으니 올려야 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에도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못한데다 쌀값 폭락에 고물가·금리 인상까지 겹쳐 지역 경제까지 침체한 상황에 의정비 인상안이 주민여론조사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
파주 시민참여연대 박병수 사무국장은 “국내 경제 상황이 어려운데 500만∼1천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는 데 대해 시민들이 달가워할지 모르겠다”며 “시민의 세금으로 의정비를 받는 시의원들 개개인이 의정활동을 잘했는지 다시 되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북도의회는 의정비 인상률에 대한 여론을 듣기 위해 지난 10월 25일에 열린 공청회에서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충북미래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이 공청회는 도의원 의정비를 공무원 보수 인상률(1.4%)보다 많이 올리겠다는 충북도 의정비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발제에 나선 최호택 배재대 교수는 “전국 12위 수준인 충북도의원 의정비는 적절한 수준으로 보이지만 물가상승률, 공무원 보수인상률 등을 고려할 때 인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 광역의원 평균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의정비를 올린다면 해외연수 감축 등 경비 지출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 충북도의원 1인당 의정비는 직무활동의 대가인 월정수당(연 3900만 원)과 자료 수집·연구 등에 쓰는 의정활동비(연 1800만 원)를 더해 총 5700만 원, 월 475만 원이다.
올해의 광역의원 평균 의정비는 6017만 원이다.
토론자들의 의견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권오주 법률사무소 세범 대표변호사는 “의원들이 생계를 유지하면서 의정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정비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의회 무용론, 자질 논란 등을 잠재울 수 있는 뼈를 깎는 자성과 쇄신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훈 올맵 대표는 “급여 현실화를 통해 지방의회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며 “2020년 대기업 평균 급여인 월 529만 원(연 6348만 원) 정도로 인상한다면 지방의원이 오롯이 의정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선영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과 조용환 법률사무소 위려 변호사는 인상률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 처장은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의정비 인상에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며 “과도한 인상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능한 인물을 영입하려면 의정비가 현실화해야 하지만 무늬만 전업 의원인 경우가 있고 함량 미달 의원도 있는가 하면 발목잡기식 의정활동도 많다”며 “경기 침체로 고통받는 시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도 의정비심의위원회 결정이 도내 시·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인상률을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변호사는 “의정비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주민의 의견과 정서”라며 “얼마나 의미 있는 의정활동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불신도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의정비 인상이 필요하더라도 무리하게 올리기보다는 의회 역할을 중심으로 주민을 꾸준히 설득하며 신뢰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도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이번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의정비 인상률을 정할 계획이다.
앞서 도의회는 소비자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내년도 월정수당을 5.7퍼센트(연 222만 원) 인상해 달라는 의견을 심의위에 제출한 바 있다.
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