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업자 “창작자는 부담 없다”
콘텐츠업자 대 통신업계 갈등 고조

인터넷 망 사용료 지급을 두고 유튜브를 비롯한 콘텐츠 제공업자(CP)와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자(ISP) 간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유튜브 외에도 넷플릭스 등 대형 외국 CP와 국내 ISP는 망 사용료 지급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CP는 사용료 지급 요구가 망 사업자 독점의 폐해라고 주장하는 반면, ISP는 이용료를 내는 건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이라며 맞서고 있다.
정보통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이 운영하는 유튜브는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에 대한 반대 행보를 더욱 노골화하고 나섰다. 국회에서 논의중인 망 사용료 지급에 반대하는 서명 운동에 나서달라고 국내 크리에이터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유튜브 공식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통칭 망 이용료 법안)에 대해 “이 법안으로 법 개정이 이뤄지는 경우 유튜브는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을 변경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창작 업계에 계신 많은 분이 사단법인 오픈넷 코리아의 청원서에 서명했고, ‘아시안 보스’(Asian Boss)를 비롯한 크리에이터분들은 콘텐츠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며 “‘망 이용료’ 관련 법안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은 서명을 통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아난드 부사장은 “망 이용료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면서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그리고 그러한 기업들과 생계를 같이 하는 크리에이터(유튜버)들에게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과 유튜브에 기반해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는 창작 커뮤니티는 만약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들이 지난 몇 년간 구축해 온 비즈니스가 망가지거나 피해를 볼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면서 “십수 년간 유튜브는 한국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가 세계에 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한류는 이제 진정한 글로벌현상이 됐고 오늘날 한국 기반 유튜브 채널의영상 시청 시간 중 3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ISP 업계는 유튜브가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를 볼모로 하고 있다며 망 사용료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일반 CP나 창작자에 대한추가 부담은 없다며 반박했다. ISP 업계 한 관계자는 “‘망 무임승차 방지법’(망 이용료 법안)은 정당한 망 이용 대가를 내지 않고 있는 일부 글로벌 CP에 해당한다”며 “구글의 주장처럼 일반 CP와 창작자 등 콘텐츠 생태계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우리나라에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정당한 비용을 내지 않고있는 일부 글로벌 CP와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을 수 있어 국내 CP 및 창작자에게는 오히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될 수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ISP 업계 관계자도 “유튜브의 국내 동영상 트래픽 비중은 압도적일 정도로 매우 크다”며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라고 밝혔다.
한편,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는 망 사용료를 놓고 소송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유튜브까지 넷플릭스와 합세해 통신사의 망 사용료에 대해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리스 간의 망 사용료 관련 소송은 통신사와넷플릭스·유튜브 연합 간 논쟁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국회, ‘망 이용료 법안’ 발의
국회에서는 ‘망 사용료 법’을 발의해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이동통신사업자 등에게 통신망을 사용에 대한 요금을 지불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의 트랙픽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콘텐츠가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망 사용료 법 공청회가 진행됐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사전 의견 청취 절차다. 현재 국회에는 지난 9월 8일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넷플릭스 무임승지방자치 109차방지법’을 포함해 망 사용료 관련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다.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국내 통신사업자(ISP)와 망 사용료 계약을의무적으로 체결하게 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일각에서는 유튜브의 공개 반대로 그간 상황을 지켜보던 KT와 LG유플러스도 전면전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27.1%를 구글이, 7.2%를 넷플릭스가 차지했다. 사실상 두 기업의 트래픽이 34%를 넘어서는 것이다. 트래픽 1위인 구글이 나서면서 나머지 통신사들도 가만히 지켜보기 어려
워진 상황인 것이다.
그간 망 사용료 이슈는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가 소송을 벌이며 두 회사 간의 갈등 양상이었다. 넷플릭스는 항소심(2심)에서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 전송 의무를 전가하고 있으며,자사의 데이터 임시 서버와 회선으로 구성된 솔루션인 오픈커넥트(OCA)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사실상 넷플릭스의 논리는 유튜브의 주장과 같다.
SK브로드밴드는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가 망 구축과 유지에 비용을 내는 만큼 이 망을사용하고 있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도 이용대가를 내야 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튜브가 반대 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낸 것은 이번 망 사용료 법과 관련해, 전면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며 “망 사용료 이슈는 그간 SK브로드밴드가 앞장서고 KT와 LG유플러스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응원하는 모양새였는데, 유튜브의 참여로 KT와 LG유플러스까지 대립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통신업계 “‘망 이용료’ 내야”
망 공급자인 통신업계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CP들과 페이스북(메타) 등은 망 이용료를 내고 있는 반면 이들보다 더 많은 트래픽을 발생하는 넷플릭스나 구글·유튜브 등은 이용 대가를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구글·유튜브 등도 망 사용료에 반대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망 이용료를 내게 되면 유럽 등 해외에서도 망 이용료를 내야 하기 때문에 재판 종료 전에 공동으로 반대 여론전에 나선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망 무임승차 문제는 글로벌 현상으로 유럽연합과 미국에서도 글로벌CP의 인프라 비용을 공정하게 분담토록 하는 제도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이버와 카카도, 페이스북도 이미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 이 관계자는 “망 이용료는 하루 이용자 100만 이상이나 트래픽 점유율 1% 이상인 업체에게 부과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이에 해당돼 이용료를 내고있고, 이들보다 더 많은 이용자와 점유율을 가진 곳이 넷플릭스, 구글·유튜브 등”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4분기 기준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27.1%를 구글이, 7.2%를 넷플릭스가 차지했다. 두 기업의 트래픽이 34% 이상을 차지했다.

통신업계는 넷플릭스가 제작사에 수익을 거두듯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오징어게임’ 콘텐츠가 아주 잘 된다고 해서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제작사에 더 많은 돈을 주지는 않는다”며 “같은 논리로 데이터 사용량이 많고 이용자가 많으면 그만큼의 이용료를 내는 것은 정당한 것이라고 본다”말했다.
유튜브가 망 이용료로 인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자들인 크리에이터들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넷플릭스와 유튜브가 제작자에게 수익을 거두듯 정당한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이 맞지 않겠나”라고 했다.
유럽연합 국가들, 똘똘 뭉쳐 “망 사용료 내라”
망 사용료를 두고 통신업계와 플랫폼 사업자들이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은 공동 전선을 펴고 플랫폼 기업에 맞서고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Margrethe Vestager) EU 집행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은 5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플랫폼 기업들을 겨냥해 “통신망에 대한 공정한 기여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방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생성해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도 연결성에 대한 투자에 이바지하지 않은 이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상은 미국 플랫폼 기업이다.
유럽 각국은 구글, 넷플릭스 등 미국 플랫폼 업체들이 현지에 진출에 초고속 통신망을 바탕으로 큰돈을 벌고 있는 반면 폭증하는 트래픽에 대한 부담은 현지 통신사가 고스란히 지고 있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8월에는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3개국이 EU 집행위에 플랫폼들이 망 사용료를 나눠내는 차원에서 유럽 내 네트워크 업그레이드 비용 중 일부를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라는 요구서를 함께 작성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유럽통신사업자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유럽에서 콘텐츠 사업을 하는 메타, 알파벳,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 6개의 빅테크 플랫폼 기업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55%를 차지하며, 여기서만 추가 비용으로 해마다 50조원이라는 큰돈이 필요해졌다.
이들 3개 나라는 요구서에서 “유럽 통신사들은 이미 고비용이 드는 5세대(5G) 망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를 하고 있다”며 “(빅테크들 때문에급증한) 트래픽 용량 때문에 특정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EU 집행위는 올해 말까지 빅테크 플랫폼 기업의 망 ‘무임승차’를 막기위한 법안 초안을 만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