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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허덕 지방 시내버스 ‘올스톱’

적자 허덕 지방 시내버스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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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안 맞아 “운행 포기”… 원주는 원료비 못 내 1주일 운행중단
승객 줄고 비용 늘어 재정부담 가중… “대중교통 이용률 높여야”

목포에서는 지난해 12월 12일 시작된 시내버스 운행 중단이 해를 넘겨 무려 65일이나 이어졌다.
엉망이 된 출퇴근, 등하굣길에 시민들은 택시나 비상수송 전세버스를 마냥 기다리느라 큰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지하철이 없는 지방 중소도시에서 시내버스는 대중교통의 근간을 이루는 ‘서민의 발’이다.
그러나 ‘승객 감소→적자 누적→서비스 질 저하로 다시 승객 감소’의 악순환에 결국 연료비도 내지 못해 운행 중단을 선언하는 업체가 나올 만큼 ‘서민의 발’은 비틀거리고 있다.

연료비 체납에 운행 중단·포기… “더는 못 버텨”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목포 시내버스 회사인 태원여객·유진운수는 오는 6월 말까지만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7월 1일부터는 사업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버스를 운행할수록 늘어나는 적자에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목포 시내버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노조 파업과 연료비 23억원 미납 등으로 운행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왔다.
강원 원주에서도 지난해 9월 1주일간 시내버스 일부 노선이 끊겼다.
원주 시내버스 120대 가운데 41대를 담당하는 대도여객이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요금을 납부하지 못해 운행을 중단했다.
전남 나주 버스회사인 나주교통도 올해 1월 CNG 비용 체납으로 위기설이 돌았으나, 다행히 운행 중단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나주교통 측은 당시 “차고지, 충전소 부지, 대표이사 개인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법인 적금을 해약하면서까지 연료비를 충당해왔다”며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다소 회복은 됐지만, 폭등한 연료비 등을 충당하기에는 여전히 승객이 부족해 적자만 쌓이고 있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지난 19일 하루 동안 멈춰 선 경남 창원 시내버스처럼 노사 갈등으로 인한 운행 중단까지 더해져 시민 불만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시내버스 운행 중단 사태를 경험한 원주시가 시민 15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원주에 살기 불편한 이유로 가장 많은 응답자(56.7%)가 ‘시내버스 불편’을 꼽았다.
시내버스는 과거 요금 수입만으로도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승객이 충분했으나, 승용차 보급이 확산하면서 경영 상황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연료비나 인건비 등 비용은 늘어나고, 승객은 줄어드니 수입과 지출의 간극은 갈수록 벌어졌다.
그렇다고 노인, 청소년, 서민 등 버스 수요층에게 부담을 떠넘겨 요금을 수시로 올릴 수도 없다.
적자를 줄여보겠다고 배차 간격이나 운행 대수, 버스 노선을 줄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시내버스는 차츰 공공 영역으로 흡수됐고, 지자체들은 ‘준공영제’ 등으로 업체들을 지원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광역단체 등이 운송 원가와 요금 수입을 비교해 적자를 메워주는 방식의 준공영제 재정지원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인천의 경우 2010년 430억 원이었던 재정지원금은 지난해 2650억 원으로 급증했다.
제주는 2018년 965억 원에서 지난해 1204억 원, 충북은 2021년 510억 원에서 지난해 680억 원, 광주는 2018년 630억 원에서 지난해 1393억 원으로 불어났다.
적잖은 부담에도 시내버스 기능을 유지하려면 준공영제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자체들은 입을 모은다.
강원 춘천시는 상반기에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전남 신안이나 강원 정선처럼 ‘완전 공영제’를 검토하거나 준공영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10년 전, 20년 전부터 버스 개혁을 논의했어야 한다며, 일부 지자체에서는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광주시 대중교통과장은 “지원금이 허투루 지출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효율적인 노선을 구상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무엇보다 ‘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인다면 경영 개선은 물론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도로 등 교통 여건을 당장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주어진 상황에서라도 대중교통으로서 시내버스를 활성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지원에 그치지 말고, 공공이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모창환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무리 공공 서비스라고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며 “이제 지자체가 노선을 쥐고 노선 입찰제 등을 통해 경쟁을 유도하는 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라면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어느 곳까지 시내버스를 운행할지, 그 노선에 보조금을 얼마나 줄지, 요금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 등을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긴밀히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통 인프라, 비용 아닌 복지 차원 접근해야”
‘14만 5000명 vs 1007만 명’
전자는 올해 1분기 인천공항공사에서 집계한 일일 공항 이용객 수이다, 후자는 서울시가 파악한 지난해 5월 기준 일일 대중교통 이용객이다.
시기가 다른 데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수치여서 직접 비교는 무의미하지만, 왜 철도와 버스가 ‘대중’ 교통으로 불리는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는 통계다.
정부와 정치권은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며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서라도 전국 곳곳에 공항을 새로 짓겠다고 한다. 입지 문제를 두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산 가덕도신공항은 특별법을 통해 사업이 확정돼 내년 착공을 앞뒀다.
총사업비 13조 7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 대규모 역사였음에도, 사업의 경제성 등을 따지는 예비타당성 조사마저 면제받았다.
새만금 국제공항 또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건너뛰고 사업을 확정해 2029년 개항을 목표로 기본계획 용역 절차 등을 진행 중이다. 군 공항과 민간공항 건설을 함께 추진하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은 지난 4월 13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반면 ‘서민의 발’인 대중교통은 매번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요금을 올리느냐 내리느냐’, ‘노선을 늘리느냐 줄이느냐’, ‘차량을 새로 사느냐 고치느냐’ 등을 두고 입씨름을 거듭한다.
심지어 일부 지자체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노후 교통 인프라를 방치했다가 안전사고가 나고서야 부랴부랴 예산을 편성하곤 한다.
대다수의 서민이 이용하는 교통 인프라 투자는 인색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수가 이용하는 시설에는 흔쾌히 천문학적 예산을 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번 김포골드라인 사태 또한 차량 편성 6∼10량의 중전철을 서울 9호선과 연결하려던 계획이 막대한 건설비 부담 탓에 무산되자, 승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2량짜리 ‘꼬마 열차’를 편성하면서 발생했다.
목포 시내버스는 누적된 적자를 버티지 못해 사업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고, 성남종합버스터미널 등 전국 곳곳의 시외버스와 터미널은 폐업과 노선 축소가 속출하고 있다.
매년 터져 나오는 ‘지옥철’ 논란이나 버스 적자 문제는 대다수 서민이 이용하는 지역 교통 인프라를 비용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전북연구원 김상엽 교통공학 연구위원은 “고령화 시대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를 지원할 지역 내 교통 인프라 확충이 필요한데, 지자체들은 이러한 사업 추진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민이나 교통 약자를 우선하는 교통 인프라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문제는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지역 내 교통 인프라를 비용이 아닌 복지 문제로 여기고 정책을 추진하는 지자체들도 있다.
올해 지역 초·중·고등학생에게 100원으로 군내·농어촌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전남 화순군과 강진군이 대표적이다.
이들 지자체는 100원 버스 도입에 따른 손실분을 군 예산으로 지원해 운수회사가 부담을 지지 않도록 했다.
경남 남해군은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귀가하는 중·고등학생들을 거리에 상관없이 100원에 태워주는 ‘100원 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 김제시는 마을회관과 버스정류장,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연결하는 ‘행복 콜택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지자체의 정책은 지역 내 교통 인프라 전반을 개선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일부 청소년이나 노약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인프라 구축은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와 정치권이 교통 인프라를 비용 측면에서 접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통 약자를 위한 복지 시각에서 바라봐야 보다 합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국립한국교통대 이장호 교수는 “대규모 교통 인프라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비용편익 분석을 거치는데, 여기서 경제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계획했던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며 “주민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인프라인데도, 비용 문제만을 따져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면 이번에 논란이 된 김포골드라인 사태와 같은 일이 또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각 지자체가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도록 재정 기반을 확충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하며 “지자체 간 경계를 넘어서 서민, 노인 등 ‘교통 약자’의 편익을 우선하는 기구나 조직을 운영하는 것도 생각해볼 법하다”고 덧붙였다.

Tags: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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