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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기지 이전 협정 20년③ 반환기지 개발은 ‘거북이걸음’

미군기지 이전 협정 20년③ 반환기지 개발은 ‘거북이걸음’
의정부-_캠프-잭슨_

경기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 일대 건물들은 일부 아파트 단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980∼1990년대 지어진 낡은 건물이다.
수도권에선 보기 어려운 1층 높이의 다방이나 체육사 등의 점포들이 수십 년간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빛바랜 가게가 즐비한 2차선 길가를 지나 법원읍 방향으로 향하면 오른쪽으로 주황색 대형 철제 다리를 발견할 수 있다. 1950년대 미군 기지 캠프 개리오언이 들어서면서 정문 역할을 하던 다리다.
캠프 개리오언 부지가 한국 정부로 반환된 건 2007년.
이후 파주시는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까지 정문 역할을 하던 다리 앞에는 대형 철제 철문 사이로 자물쇠가 굳게 잠겨져 있을 뿐 개발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무너져가는 철조망과 낡은 건물 더미 등이 미군 부대가 떠난 빈자리를 채우고 있고 주변은 수풀, 갈대만 무성하다.


인근 상인들은 “미군 부대가 철수하면서 상권이 무너졌다. 개발한다는 말만 몇십 년간 이어질 뿐, 이곳이 다시 살아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캠프 개리오언과 인접해 있는 캠프 자이언트 부지도 비슷했다. 같은 시기에 반환됐지만, 10여 년이 넘도록 활용되지 못한 채 공터로 방치돼 있다.
이 두 곳 기지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파주시 조리읍 캠프 하우즈 부지 역시 반환 후인 2009년 근린공원 등으로 개발하기로 했으나 아직 개발은 더딘 상황이다.
일부 부지만 근린공원으로 개발이 조금씩 이뤄질 뿐 철거되지 않은 미군 막사가 멀리서부터 눈길을 끈다.
주한미군 기지 반환은 한국과 미국이 2002년 한강 이북 기지를 통합하고 일부는 평택으로 옮긴다는 내용의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합의하면서 시작됐다.
국토 균형발전, 도시 인구증가에 대비해야 했던 한국과 산재한 기지를 재조정해야 했던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시행된 조치다.
현재 경기북부 미군기지 29곳 중 반환이 됐거나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은 24곳이다.
의정부 캠프 스탠리와 동두천 캠프 케이시·호비·캐슬 일부·모빌 일부 등 5개 기지는 미군이 여전히 사용 중으로, 반환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환이 이뤄진 기지 대부분도 여전히 빈 땅으로 남아있다.


24곳 중 국방부가 사용하기로 한 곳을 제외한 파주 5곳, 의정부 5곳, 동두천 2곳 등 지방자치단체가 활용계획을 가지고 있는 12곳 중 개발이 완료된 곳은 의정부 캠프 시어즈 1곳뿐이다.
캠프 자이언트와 캠프 개리오언은 지난해 힘들게 민간 개발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했다.
2015년과 2019년에 사업자 공모를 각각 진행했으나 제안을 받지 못했다가 다시 공모를 시도한 결과였다.
앞서 파주시는 2006년 월롱면 영태리 캠프 에드워즈 부지에 이화여대를 유치하려 했지만 2011년 이화여대가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광탄면 신산리 캠프 스탠턴도 10여 년 동안 방치상태였다.
그러다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따른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틈타 파주시는 2019년 3월 공여지 4곳에 대해 민간 사업자 공모를 진행했고 캠프 에드워즈에 도시개발 사업을, 캠프 스탠턴에는 산업단지 개발을 제안한 컨소시엄을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다.
파주지역 공여지는 인근에 농토가 많고 접경지 인근이어서 농림부·국방부와 사업 협의를 수시로 진행해야 한다.


농경지와 관련해서는 절대농지가 많기 때문에 개발 문제로 민원이 수시로 발생하고, 문산·광탄 지역 같은 경우에는 우리 군의 군사보호시설들이 많기 때문에 협의가 길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민자 사업은 거북이걸음 상태다.
막대한 개발 비용도 반환 기지의 개발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동두천시청 관계자는 “부지가 반환되면 일단 국방부 쪽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는데, 지자체는 이를 매입해 개발해야 한다”며 “우리처럼 영세하고 자립도가 약한 지자체 입장에선 매입비용으로만 예산을 다 쓰는데, 이후 추가개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지자체는 재정 부담 등으로 민자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민간 참여가 활발한 것도 아니다.
수년 동안 경기도청과 경기북부 지자체 등은 “반환된 미군 기지를 국가 주도로 개발해야 한다”고 정부에 지속해서 건의 중이기도 하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지자체가 일궈 나가기엔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민간 투자 유치가 잘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국토와 자원을 보호하고 이에 대한 균형 있는 개발, 이용을 위해 필요 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다. 주한미군 기지 조기 반환만큼이나 그 활용도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 교수는 “접경지역의 반환 미군기지는 접근성이 좋거나 주변 인프라와 함께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며 “민자 유치가 저조한 이유는 대부분의 기지가 이 조건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민간에 파격적인 조건을 주지 않으면 수요자가 없어 개발이 더뎌지는 것”이라며 “공여지 문제를 이른 시간에 풀려면 정부, 광역단체, 지자체 관계자가 스스럼없이 소통할 수 있는 전담 조직 마련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Tags: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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