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 파주, 동두천 등 경기북부는 20년 전만 해도 현재 홍대 거리에서 외국인을 쉽게 만나듯 미군을 흔히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만큼 미군이 많이 주둔했다. 당시만 해도 2만∼3만 명의 미군이 경기북부에 주둔했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현재 거리에는 미군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미군들이 대부분 평택으로 이전해 현재는 20∼30% 수준인 4000∼5000명만 배치돼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 산재한 주한 미2사단을 평택 등 5개 기지로 통·폐합해 재배치하는 내용을 담은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이 발효된 것은 2002년 10월 31일이다.
한미는 LPP 협정에 이어 2004년 10월 용산재배치계획(YRP·Yongsan Relocation Plan) 협정을 체결해 서울 도심에 주둔한 주한미군사령부와 미8군 사령부 등 미군기지도 평택으로 이전했다.
이에 따라 전국 미군기지 54곳 180㎢가 반환 대상이 됐다.
반환 대상 미군기지의 96%인 173㎢(34곳)가 경기도에 있으며 이 중 83.8%인 145㎢(29곳)가 경기북부에 집중돼 있다.
미군이 떠나는 지역의 발전을 꾀하기 위해 2006년 3월에는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여지특별법)이 제정, 경기북부 주민들은 개발을 기대했다.
공여지특별법은 반환되는 미군기지 매입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고 공장 신·증설과 대학의 이전을 허용하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반환 대상 경기북부 미군기지 29곳 중 반환이 됐거나 절차가 진행 중인 곳은 24곳이다.
의정부 캠프 스탠리와 동두천 캠프 케이시·호비 일부·캐슬 일부·모빌 일부 등 5개 기지는 미군이 여전히 사용 중으로, 반환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반환이 이뤄진 기지 대부분도 여전히 빈 땅으로 남아있다.
24곳 중 국방부가 사용하기로 한 곳을 제외한 파주 5곳, 의정부 5곳, 동두천 2곳 등 지방자치단체가 활용계획을 가지고 있는 12곳 중 개발이 완료된 곳은 의정부 캠프 시어즈 1곳뿐이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의정부에는 을지병원, 경기도교육청 2청사, 경기북부경찰청,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 등이 들어섰다.
동두천에도 캠프 캐슬 일부에 동양대 캠퍼스와 캠프 님블에 군부대 관사 등이 들어섰으나 도심 한복판에 부지가 넓어 활용 가치가 큰 캠프 케이시와 캠프 호비에는 여전히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파주는 캠프 하우즈·에드워드·자이언트·게리오웬·스탠턴 등 5개 반환 기지중 공원을 조성 중인 하우즈를 제외하면 모두 빈 땅으로 남아 있다.
미군이 떠난 자리를 여전히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변변한 산업시설이 없어 미군이 지역경제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동두천은 경제적 타격이 큰 상황이다.
20년 전 2만여 명에 달하던 미군이 4000여 명 수준으로 감소하면서 미군 소비에 의존하던 지역 상권은 크게 위축됐다.
동두천시 관계자는 “동두천에 주둔하던 미군은 4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으나 기지의 대부분은 여전히 미군이 사용하고 있다”며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캠프 케이시 등 핵심 기지가 반환돼야 하는 데 현재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반환된 미군기지에 대한 개발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부분 시군은 환경오염 치유를 거쳐 2007년부터 순차적으로 반환된 미군기지에 대학을 유치해 지역발전을 꾀하려 했다.
각 지자체는 이화여대, 서강대, 광운대, 건국대 등 여러 대학을 미군이 떠난 기지에 유치하려 했다.
그러나 비싼 땅값에다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며 대부분 민자 유치사업은 무산됐다.
무상으로 제공하는 용산기지와 달리 경기지역 등 미2사단 반환기지는 매각 대상으로, 정부는 매각 대금으로 평택 기지 이전비용을 충당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기반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땅값에 대한 유인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렵게 되면서 초기 민자유치 계획은 대부분 실패했다.
여기에 세계금융위기 뒤 경제상황까지 나빠지며 기대를 모았던 반환 미군기지 개발사업은 답보상태에 머물게 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의정부 캠프 시어즈만 유일하게 개발이 완료된 상태”라며 “일부는 공원 조성 등 여전히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빈 상태로 남은 기지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