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대위원회, 지방시대 선포식서 9대 정책 발표
수도권 부동산 팔아도 ‘양도세 폭탄’ 없이 지방 이전
기업 따라간 임직원에 집 한 채 더 사도 1주택자 간주

기업이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옮기면 법인세, 취득세, 재산세, 양도세, 상속세 등 기업이 활동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세금에 파격적으로 인센티브를 준다. 지방 이전 기업 임직원이 원래 살았던 수도권과 이전한 지역에 각각 한 채씩 집을 보유해 2주택자가 되더라도 1주택자로 간주해 양도세를 매기는 혜택도 준다. 지방에 살아도 자녀 교육 걱정을 하지 않도록 교육자유특구에서 지역 맞춤형으로 공교육을 혁신한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는 9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지방시대위위원회는 ▲기회발전특구 지정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교육자유특구 도입 및 지역-대학 동반 성장 ▲도심융합특구 조성으로 지방 활성화 기반 구축 ▲로컬리즘을 통한 문화·콘텐츠 생태계 조성 ▲지방 킬러규제 일괄 해소로 지역 민간투자 활성화 ▲지방분권형 국가로의 전환 등 지방시대 9대 정책을 소개했다.
지방 이전 시 10가지 넘는 인센티브 적용
정부는 ▲기회발전특구 ▲교육자유특구 ▲도심융합특구 ▲문화특구 등 4대 특구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중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가 핵심이다.
기회발전특구에는 세제 지원, 규제 특례, 재정 지원 등 10가지 넘는 인센티브를 준다. 기업의 지방이전과 투자를 촉진하고 양질의 신규 일자리를 제공해 지방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고 새로운 인구의 유입을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기업에 소득·법인세, 양도세, 취득세, 재산세뿐만 아니라 가업상속세까지 포함한 기업활동 전반에 세제 혜택을 준다. 기업이 부동산을 처분하고 특구로 이전하면 양도소득세 납부 시기를 특구 안에서 새로 산 부동산을 처분할 때까지 미뤄준다. 창업 및 신설 사업장에 대한 소득·법인세는 5년간 100% 감면하고 이후 2년 동안 50% 감면한다. 특구에서 새로 산 부동산에 대한 취득세는 100% 감면된다. 재산세는 5년간 100% 감면, 이후 5년간 50% 깎아준다.
기업 소유주에게는 상속세 관련 혜택도 제공된다. 현재 상속 때 가업상속 공제를 받으면 업종 변경이 제한되고 상속인이 대표이사로 반드시 종사해야 하지만, 특구 이전 기업에는 이런 의무가 풀린다.
기업을 따라 이사해야 하는 임직원들을 위한 정주 여건도 보장한다. 특구 기업 임직원 대상으로 10%까지 민영주택 특별 공급을 한다. 서울이나 경기도에 한 채 집이 있던 임직원이 특구 내 주택을 추가로 사 2주택자가 되더라도 새 집의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라면 향후 양도세를 낼 일이 있을 때 1주택자로 간주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을 유치하도록 나서게 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특구 소재 지자체는 기업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와 관련한 특례를 직접 설계해 신청하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규제 특례를 부여한다. 특허를 불허하려면 해당하는 관련 부처가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해 규제를 유지하려는 기관이 부담을 지는 구조다.

내년부터 곧바로 규제 개선 착수
교육자유특구는 지역에서도 수도권 못지않은 좋은 학교에 다니면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유아 단계에서 돌봄을 내실화하고, 초·중·고교 단계에서는 지역 특성을 반영한 공교육 경쟁력 강화와 학교의 자율성 확대를 꾀한다. 대학의 경우 지역인재전형을 늘려 지역에서 교육받고 지역에서 정주할 인재를 육성한다.
정부는 공모를 거쳐 내년부터 교육자유특구 4∼5곳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교육자유특구로 지정되면 지방자치단체와 시도 교육청이 함께 지역맞춤형 공교육 혁신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지역의 수요를 반영해 규제를 완화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이달 안에 교육자유특구 선정 방식과 관련된 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교육감과 지자체장이 지역 실정에 맞는 교육혁신 모델을 자율적으로 구성해 교육부에 제시하면 교육부는 올해 안에 4~5개 지자체를 선정해 내년부터 곧바로 규제 개선 등 발전전략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도심융합특구’도 기업의 지방 이전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한 제도다. 대구, 광주, 대전, 부산, 울산 등 5대 광역시의 핵심 역세권에 첨단·벤처 산업 일자리와 상업·문화 등 여가가 집약된 ‘지방판 판교 테크노밸리’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기존 지역 개발은 도시 외곽 지역에 이뤄졌다. 도심융합특구는 KTX 역 인근이나 지하철 역세권 등 교통이 편리해 이미 기반 시설이 잘 갖추진 도심지를 중심으로 도시·건축 규제를 대폭 풀어 청년과 기업이 모일 수 있는 고밀도 복합개발이 이뤄지게 한다.
정부는 선도 사업지로 대구 옛 경북도청 일대, 광주 시청 인근 상무지구 일대, 대전 옛 충남도청 일대, 부산 센텀2 도심첨단산단 일대, 울산 KTX 일대를 제시했다. 도시·건축규제를 완화해 고밀도 복합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각종 특구를 중첩 지정할 수 있게 한다. 지역 문화·콘텐츠 진흥사업도 본격화된다.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13개 ‘문화특구’(문화도시)를 지정해 3년간 도시별 최대 200억원(지방비 50%)을 지원한다. 또한 ‘디지털 혁신지구’를 2030년까지 부산 센텀시티, 대구 수성 알파시티, 광주 AI산업 융합 집적단지 등 5곳 이상에 조성한다.
지방세 감면 가능한 범위도 확대 추진
지방시대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의 주도하에 추진되려면 중앙의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해야 한다. 지방시대위원회는 이날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분권형 국가 경영시스템 구축으로 지역맞춤형 자치 모델을 마련하는 것을 9대 정책 중 하나로 삼았다고 발표했다.
먼저 자치조직권 및 자치계획권 등 현재 중앙에 있는 권한을 지방에 과감하게 이양하는 것을 추진한다. 자치조직권은 자치단체가 행정기구 등 자기 조직을 자주적으로 구성할 권리이고, 자치계획권은 지역개발과 관련한 계획을 세울 권리다.
행정안전부는 지자체의 자치조직권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개선 특별전담반(TF)을 올해 2월부터 운영해왔고, 그 결과를 10월말 예정된 중앙지방협력회의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다. 지방기구 설치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각종 행안부 협의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목표다.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조례로 지방세 감면이 가능한 허용 범위를 개선하는 것 또한 추진한다. 현재는 지방세 감면이 서민 생활 지원 등에 제한적으로 허용돼있으나 지방자치법상 전 자치사무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행안부는 지난달 이같은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윤 대통령 “말로만 ‘지방’ 외친 전철 밟지 않겠다”
윤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우리 정부는 지방시대의 비전과 전략을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하고 추진해왔다”며 “모든 권한을 중앙이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지 않고, 그런 과거의 전철을 절대 밟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이뤄냈다. 이제는 지방시대를 통해 대한민국이 더욱 도약해야 한다”며 부산에서 지방시대 선포식을 연 의의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전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서울과 부산이라는 두 개의 축이 작동돼야 한다.
그래야 영남과 호남이 함께 발전함으로써 대한민국 전체가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접근성, 지역 재정자주권 강화, 지역 비교우위산업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등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열거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교육이 지역 발전의 핵심이라고 역설해왔다. 지역 산업과 연계된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역 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지원, 정주여건 개선, 토지규제 권한의 지방 이양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어 “지역 산업단지에 주거시설과 복합 문화공간을 조성할 것”이라며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지역별 거점을 육성하고, 1000개 이상의 디지털기업이 집적되는 디지털혁신지구를 5개 이상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국민 누구나 거주지 인근에서 필수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권역별 문화도시를 지정해 문화 접근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역에 변변한 쇼핑몰 하나 짓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상황을 더 이상 국민들께서 허용하지 않으실 것”이라고도 했다.
박기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