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에서 처음으로 출범한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하 부울경 특별연합)이 내년 1월 업무 시작을 하기도 전에 좌초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3개 광역단체 중 울산과 경남이 관련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공언함에 따라, 한때 의욕적으로 추진됐던 특별연합 설치는 업무 개시를 목전에 두고 끝내 무산되는 수순을 밟는 상황이 유력할 전망이다.
다만 부산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울산과 경남의 동참을 위한 설득과 소통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직전 민주당 단체장들 역점 추진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의 지자체가 광역 사무를 처리할 때 설치되는 것으로, 경제와 인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국가균형발전 전략의 하나로 도입됐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송철호 전 울산시장,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들이 ‘초광역 경제권’ 육성을 목표로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정부는 지난 4월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을 승인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내년 1월 1일부터 지방자치단체에서 이관받은 18개 사무, 광역 간선급행버스(BRT) 체계 구축 등 중앙행정기관에서 위임받은 3개 사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올해 치러진 지방선거가 중대한 변수가 됐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두겸 시장이나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후보 시절부터 부울경 특별연합에 회의적인 의견을 내놨고, 취임 이후 광역단체 산하 연구기관에 부울경 특별연합 추진에 따른 실익 분석 용역을 맡겼다.
‘상대적으로 도시 규모와 인프라를 갖춘 부산과 달리 (울산·경남에) 실익이 없다’는 결과를 받아든 울산과 경남은 사실상 특별연합 탈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울산·경남 신임 광역단체장 “실익 없어”
김두겸 울산시장은 9월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부울경 특별연합에 울산이 참여해 얻는 실익이 없으므로, (특별연합 절차를) 무기한 중단할 것”이라면서 “(특별연합 탈퇴나 해산과 관련한)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9월 19일 경남도도 자체 용역 결과를 토대로 “명확한 법률적 지원 없는 부울경 특별연합은 비용만 낭비하고 실익이 없다”라고 특별연합 불참을 선언하면서, “3개 시·도가 지향하는 동남권 대표 지자체 건설을 위한 최선의 안은 행정통합”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경남도가 제시한 행정통합에 대해서는 울산시가 ‘수용 불가’라고 거절했지만, ‘실익이 없으므로 특별연합을 중단하자’는 지점에서 울산과 경남의 의견은 정확히 일치하면서 확고하다.
이로써 부울경 특별연합은 본격적인 업무 개시 이전에 동력을 잃고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특별지자체에서 탈퇴하려면 해당 지방의회 의결, 특별지자체 단체장에게 탈퇴 신청, 특별지자체 통합의회 동의, 정부 승인 등의 절차를 거치면 된다.
그러나 부울경 특별연합은 아직 특별지방자치단체장이 없고 통합의회도 구성되지 않았다.
또 지방자치법에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가입·탈퇴하려는 지자체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울산·경남의 결정을 되돌릴 만한 장치도 마땅치 않은 실정이다.

부산시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소통”
먼저 특별연합 추진 중단 의사를 밝힌 경남도가 아직 탈퇴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지만, 울산시의 동참에 따라 두 지자체 후속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두겸 시장은 당장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 설치된 ‘부울경 특별연합 합동추진단’ 사무실부터 정리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이후 특별연합 탈퇴 또는 해산을 위한 본격적인 수순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산시는 울산·경남의 추진 중단 선언 이후에도 특별연합 존치와 운영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특별연합 운영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 지역인 만큼 박형준 시장부터 특별연합성공적 출범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 울산, 경남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부울경 특별연합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울산시, 경남도는 물론 정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정통합에 대한 울산시의 확실한 거부 의사에 따라, 부산과 경남만 참여하는 수준에서 행정통합을 추진해야 하는지도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부산시는 경남도의 행정통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부산·경남이 행정통합을 추진하더라도 통합자치단체 명칭, 통합청사 위치, 조직개편 방안, 시·군·구와의 관계 등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수두룩하다. 다음은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진행된 김두겸 울산시장의 언론 브리핑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부울경 특별연합에서 빠지려는 이유는.
▲ 저는 시장 후보 시절부터 ‘부울경 특별연합으로 울산이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일관되게 말씀드렸다. 부울경 중 막내이고 여러 경쟁력이 떨어지는 울산이 특별연합에서 얻을 부분은 거의 없다.
특별연합이 수도권 일극화를 막는 대응책이라는 취지에 공감하지만, 현실을 보면 실효성이 없다. 지방에 권한과 재정이 제대로 이양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지난 정권에서 이뤄진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고 본다.
Q. ‘잠정 중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설정한 기한이 있는 것인가.
▲ 부울경 특별연합 동참의 전제 조건으로 정부의 권한 부여와 재정 지원을 들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만에 하나 그런 조치가 이뤄진다면, 다른 지역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부울경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들이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모두 정부의 권한·재정 이양을 회의적으로 봤다. 결론적으로 ‘잠정 중단’은 현재로선 ‘무기한’ 중단이다. 울산이 부산, 경남에 맞는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당장 현재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 설치된 부울경 특별연합 합동추진단 사무실 정리를 포함해 (내년 1월 예정된 특별연합 업무 개시 이전에) 관련 절차 중단을 위한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하지 않겠나.
Q. 행정통합에 대한 입장은.
▲ 울산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다. 울산은 1997년 경남도에서 독립했다. 경남에 속해 있을 때 울산은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변방이었다. 공업도시로 도약했던 울산은 광역시로 승격되면서 두 번째 도약을 할 수 있었다. 현실적인 여건을 봐도 울산은 부산·경남보다 인구가 적어서, 행정통합을 해도 울산에서 통합시장이 나올 수 있겠나. 울산은 다시 변방으로 전락할 것이다. 행정통합 제안은 단호히 거절한다.
Q. 부울경 특별연합은 빠지겠다면서, 경주·포항과의 유대 강화를 예고했는데.
▲ 울산은 경남에서 독립한 지 25년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갖춰야 할 인프라가 많다. 현재 상태로는 부울경 연합에서 울산 이익을 극대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역사성을 공유하는 신라권, 즉 경주·포항과의 ‘해오름 동맹’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내수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한 도시의 인구는 180만∼230만이라고 한다. 울산은 현재 인구가 너무 적고, 경주와 포항이 함께 어울리면 좋을 것이다. 울산이 몸집을 키울 때까지 울산이 중심이 될 수 있는 해오름 동맹에 집중하고자 한다.
다만 울산이 부족한 인구와 인프라로 부울경 특별연합을 주저했던 것처럼, 경주·포항도 해오름 동맹에서 같은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개 도시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아서 해오름 동맹을 강화하겠다.